제부도
바닷길 열리는 섬,
주인이 잠시 집을 비운 사이 갯벌이 속살을 드러낸다
사람들은 서둘러 돌 지난 아기처럼 뒤뚱 거리며 찾는 이곳
모정이 압정으로 박혀있는 그녀
펑퍼짐한 엉덩이에 축 처진 뱃가죽을 깔고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가슴을 풀어헤치며
먹이사냥 나온 사람들 에게 먹이를 주고 있다
진창에 빠진 몸으로
꼬막을 엄마 젖꼭지인양
조몰락거리며 잠시 착각 속에 빠진 사람들
세상에 오기 이전의 엄마 뱃 속 양수를 감지한다
그물 망태기가 달덩이만 해지고
석양을 배경으로 둥지로 돌려보내는 그녀
그들의 뒷모습을 한 동안 넋 놓고 지켜보고 있다
덤으로 따라 나온 망둥이가 껑충껑충
춤을 추며 앞장을 선다
입영入營하는 날
서슬 시퍼런 팔월의 태양이
내려다보는 녹음사이
아직 날갯짓이 서툰
새끼 새
둥지 바깥세상 이 무섭기만 하다
목을 길게 빼고 먼 곳을
오랫동안 응시하다
모든 것 체념한 듯
어미의 살 냄새 깃털에 묻은 채로
새롭게 펼쳐질 두려운 세계로 날아간다
파란 하늘에 서늘한 이별
한 획 그어놓고
망각의 뜰
머루 다래 질항아리에 담아
설탕에 재워 오래오래 숙성하듯
내 마음 속 울타리 안 오지항아리에
그리움 한 켜 세월 한 켜
켜켜로 재워 숙성이 되면 감로주가 될까요
오늘은 그 한 잔의 감로주에 취해
망각의 뜰에 선 한 그루
나무이고 싶네요
남풍에 잔물결 치는 청보리 한 줌 손안에
꼭 쥐면 푸른 물이 뚝뚝 떨어지는 계절
보랏빛 등꽃 주저리 주저리 늘어진
당신의 창을 배경으로
어제를 모르는 한 그루 나무이고 싶네요
늙은 간이역
징징거리며 밤의 검은 터널 속으로
떠나는 완행열차
돌아 설 수 없는 사연이 있는 지
자꾸만 뒷걸음치며 가네요
포항에서 동대구로 오는 무궁화호 완행열차
덜커덩 철석 덜커덩 철석
누가 이별의 순간을 철로위에
낙관으로 남기는 소리
철길 옆 마른 풀숲에 잠자던 작은 새
가슴에 천둥 치는 소리
짧은 만남 긴 작별이 등을 보일때
허리 구부정한 늙은 간이역, 나그네
한 사람 내려놓고 우물쭈물 하는 열차
앞으로 가기엔 너무 빠른 세월을 벗나무
둥치에 밧줄로 묶을 요량인지
밤 강물은 제 가슴에 몸을 던진 불빛의
그림자만 안고 대책없이 조용히 흐를 뿐
덩달아 별똥별처럼 스치는 생각들이 강물위에
물수제비 뜨며 정처없네요
시나브로 가고 있는 완행열차
겨울과 봄의 행간에 오도카니 턱 고이고 있는 종착역
저만치 손 흔들어 보이내요
나의 새내기 시절
모래톱을 쌓았다 허물었다 반복하며 찰박이는
잔물결을 배경으로
백사장에 덕장을 만들어놓고 새끼줄에 빽빽하게
물오징어를 걸고 나면
파란 지폐로 보인다
갑자기 검은 구름이 몰려오고 빗방울이 후둑후둑 떨어지면
호떡집에 불이난다
어쩌랴 !! 지폐가 거름이 되는 건
시간 문제다 단칸 셋방 천정 벽에 대못을 박고 새끼줄을 촘촘히
맨 다음 주렁주렁 매단 오징어,
천정은 만국기로 흔들리고 잠자던 아이들 얼굴에 툭툭 떨어지는
오징어, 방안은 비릿한 파도로 출렁이고 배는 만선 으로 항해중
이다 수심깊이 물살에 몸 비트는 산호초를 밑그림으로
몸은 짚단처럼 쓰러져 비몽사몽 오락가락이다
자투리 잠도 꿈은 깊어라
내안의 출항중인 배는 만선의 깃발을 올리고
어디쯤 오고있을까
무죄인가요,
구월, 가을 들머리
처서 지나자 풀벌레 목청이
더욱 높아지고 서늘한 바람이 겨드랑이속으로
막무가내 파고 듭니다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지난 밤 성긴 나뭇잎 사이로 어룽거리는 달의
그림자만 보아도 마구 짖어댑니다
풀밭 길에 이슬 툭툭 차며 키 작은
풀꽃들에게 감전 되었을 때
풀들이 공손하게 허리 꺾어 발아래 드러누울 때
안스러운 마음에 발이 차마 떨어지질 않을 때
하룻강아지 또 짖어댑니다
책상머리에 앉아 되지도 않는 詩를 쓸때
경계 없는 과거와 현재사이 방황하는 집시처럼
다음 페이지가 넘어가지 않을 때
詩" 를 모독한 죄
무죄인가요, 유죄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