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빛 선생님들
원고를 늦게 제출해서 죄송하옵니다.^^
회장님께오서 제 작품을 잘 좀 살펴 주십시오.
토론을 거치지 않은 작품 '화엄'도 있고
'화엄' 제목으로 어떨지....요?^^
'그대, 나의 중심이여'는
시적 진정성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동인지에 실어도 되고 빼주셔도 되어요.^^
수고하시는 회장님께 감사, 또 감사 드립니다.\
*****
후쿠시마
서경애
환한 꽃등
봄을 밝히는데
가슴에 고인 절망은 하늘에 닿아있네
방사능낙진
관절에 붙어 평생을 산다네
제기헐 헐 헐
플로토늄옷 입은 후쿠시마
차라리 안식의 땅이네
죽음의 땅에 버려진 가축들
살 처분 당할 줄 모르고
깡마른 몸으로 배회하고 있네
천길 떨어진 도쿄도
하늘하늘 세슘이불 덮었네
오! 찬란한 문명이어라
헐 헐 헐
-----------
여백
화선지에 그림을 그리면
그제야 여백이 떠오르네
화단에 꽃을 심어야
여백이 꽃받침이 되네
마음에 꿈을 심어야
넉넉한 마음의 여백이 꿈을 받치네
고추잠자리가 하늘을 배경 삼듯
나 또한 지구를 배경으로
즐겁게 한 세상
놀 듯 살아 볼 것이네
---------------------------
무덤 • 1
산자락에 옹기종기 앉은
끝없이 이어지는 마실 마실들에
명당 차지하고 누웠네
굽이굽이 산자락 병풍삼아
햇살바라기로 앉았네
살아생전 이 땅에 기생하며
포식자로 이름을 날렸는데
죽어서도 그 땅에 살던 생명들 내쫓고
무덤으로 앉아있네그려
그 감옥이 뭐가 좋아
그렇게 수감되는지
아름다운 산야에 유골로 뿌려져
자연으로 돌아가려하네
우주의 한 점 티끌이 되려하네
--------
흔들린다는 것은
서경애
큰 나무일수록 크게 흔들린다
크게 흔들림을 바라볼 일이다
자신의 그늘을 다 지우도록 흔들려도
밑둥치는 끄덕 없다
흔들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임을
오직 바람부는 대로
몸을 맡길 뿐이다
바람은 나뭇가지를 흔들고 지나가지만
큰 나무는 흔들지 못한다
나뭇가지는 큰 나무에 기대어
고요히 침잠할 뿐
스스로 흔들리지는 않는다
오직 그렇게
-----------
화엄
서경애
마하의 속도로 달리는
인생열차에서 잠시 내려
우리 산하를 만나러 나선 길
내성천 사는 우리땅 붙이들
4대강 준설에 밀려나
지금 피난 중이다
돌아오지 못할 먼 길 떠난 뭍 생명들,
탁수에 만신창이 몸
숨 헐떡이며
피울음 울어 가슴 저리다
무심한 바람만 여울에 물결길 새기고
따갑고도 청명한 가을볕 아래
한 쌍의 잠자리 몸 섞은 채
허공에 그리는 화엄의 세계
화엄 속
너와 나
------------
그대 나의 중심이여
서 경 애
내 영혼의 늑골을 가지런히 모아
당신 앞에 누이고 싶습니다
내 무구한 이르름
당신 앞에 온전히 엎디고 싶습니다
이제 먼 유랑의 길에서 돌아와,
온몸으로 엎드려 사제가 서품 받듯
당신을 경배하고 싶습니다
그대 공기 같은 이여
내 혼의 등불
상사화 같은 피안,
나의 먼 우주가 되어 주십시오
그대 나의 중심이여
나의 우주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