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드라미꽃
맨드라미
맨드라미꽃
어디에 피는지
들길에도 피는가
오늘은 뒷산 솔밭에 나가
솔바람 소리 듣고
돌아오는 길엔
아이들 환한 웃음소리 묻어난
맨드라미꽃
저만치도 피었다
꿈의 산실
창문을 반쯤 열고 하오의 물상을 본다
토담 허물어진 곳이 눈에 거슬린다
버드나무 저쪽 까마귀 때 몰려오고
그늘진 뒤뜰의 창고지붕 눈부시다
눈을 감으면 아내의 웃음소리 나를 놀라게 하나
시간의 끝에 달린 작두 그녀 웃음을 잘라낸다
아하 세월의 무상이란 이런 것인가
골목길 집들 번들거리는 성당탑
살구꽃 지는 날의 글썽한 눈물
나무 밑 둥이 유난히 밝다
조름 겨울 땐 아이들 떠드는 소리 악마 같으나
아이들 웃음소리가 있어야 골목은 산다
아이들은 꿈의 산실이다
무료한 오후 창밖을 바라보다
고향집 우물 살구꽃 지천으로 깔리고
마을 어디선가 굿하는 소리가 들렸다
수조에 물 채워 마당에 내를 만들고
유리창에 물든 꽃잎도 띄워 보냈다
찌푸린 하늘 비가 오려나
어린 날 기억의 향연
지금은 액자 속 그림이나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그리움이다
오는 봄
먼 산에 눈이
오는 눈은 오누나
물푸레나무, 싸리울에
오는 눈은 오누나
가물한 고향집 뜰이나
불빛 비친 건넌 마을에도
눈은 와서 쌓이누나
이런 날은 하, 쓸쓸하여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걸음으로
제실 눈을 쓸다 눈간 곳은
매화꽃이다
그래 뾰죽 지붕에 걸리던 붉은 해
매화가지에 서린 기품
눈바람 오는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