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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빛 28집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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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연가

길섶에 나와 손 흔드는 억새
코스모스 피어있는 강변을

오늘은 혼자서 간다

구월은 또 다른 이별을 예감하며
절룩거리는 내 마음
그녀의 다리가 되어 낯설게 저려온다

늘 함께한 그녀와의 기억들이
억새꽃처럼 눈부시게 일렁인다

이제 혼자 가야할 길
........................................
담쟁이

굳어져가는 환자의 몸 뒤척이며
밤을 지새우는 여자네 집

천장을 움켜쥔 담쟁이는
길을 열며 간다
햇빛 받지 못한 그녀 얼굴처럼
창백하다

손마디가 휘어지는 동안 세월은
저만치 달아나고
세찬바람 불어와 뒤집힌
그녀의 플레어스카트를 잡지 못한다

작은 공을 꼭 쥐고 있는 환자
생의 끈 놓지 않으려는 듯
담쟁이처럼
안간힘 쓰고 있다
..............................
이방인

국채보상공원
밝은 날에도 침침한 단풍나무
환상도 희망도 없는 이방인 노동자처럼
처진 어깨를 추스르고 있다

밤이면 색색의 알전등 환하게 켜는
공원의 중심에서 밀려나
서 있는 단풍나무 행렬
시꺼멓게 죽어가는 나뭇잎

황사바람 맞으며
때 묻은 추레한 노숙자 얼굴
두고 온 고향쪽으로
몸을 뒤틀고 있다
............................
새만금에 가다

바다는 보이고 싶지 않은 몸인 듯
베일을 드리우고
바람이 불어와 그 베일의 자락 끝없이 흔들어도
안개는 더욱 옷깃을 여밀뿐이다

밀물을 기다리는 갯벌이 보이지 않고
시간과 공간이 지워진 낯선 얼굴처럼 공허하다

바다는 흐릿한 안개 속에 갇혀 캄캄하다

스쳐 지나가는 쉼터의 이름
너울 해맞이, 마침표 찍듯 소리내어 불러본다
어디선가 섬광처럼 나타난 햇빛이
백리 길을 열고 있다

해방이 된다
.....................................
안압지에서
동창회-

세월을 건너 뛴 낡은 문장들
은유를 버린 굳은 표정 서걱거리는 억새밭지나
그 때의 모습 희미하게 남아 이름조차 더듬거린다

설레는 마음 푸른 연잎 위 소나기처럼 모였다

홀로 비바람 맞을 때 갈피에 간직한 망각의 조각보 꺼내어
얼룩진 마음 달래든 고향, 친구
이제는 과거완료가 되어가는 아득한 이미지들
안압지 난간에 서서
서라벌 그 아득한 별을 헤아린다

초로의 머리카락이 은빛으로 반짝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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