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지 작품입니다 > 토론해봅시다

본문 바로가기
|
10-11-09 05:17

동인지 작품입니다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목    록  
주말농장

첫차 타고 왔다
주리 옥분리 마을 지나

엷은 스카프 산허리 휘감은 안개 서서히
발끝을 내딛는 들판
갓 모심기 한 무논 삐뚤게 줄을 선 어린 벼
목까지 잠긴 채 고개 쳐들고 있다

이슬에 젖은 푸성귀
밭고랑사이 검정비닐 몇 개 벌려놓고
아욱 근대 쑥갓 차례대로
솎음질하면 무당벌레도 쉽게 눈에 잡히는 아침

앞산에 뻐꾸기 운다

서둘러라
비 온다
서둘러라
------------------------------------

환한 것은 적막하다

합천댐 중허리
자정이 지나 텐트 안에 들었다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에 잠에서 깨었다
옆에서 자던 일행은 이 밤에 무슨 목탁이냐며
구시렁거리며 돌아눕는다

나는 그 소리 따라 밖으로 나왔다

가로등 불빛이 드문드문 박힌
건넛마을 어디쯤에서
물고기를 깨우고 새를 깨우는 도량(道場)經 치며
가까이 걸어오는 듯하다

동상처럼 앉은 남자들의 낚싯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지만 먼저 깬 물고기는
그들의 아침 매운탕거리로 걸려들까
나는 두렵다

열이레 달은 밝고 사위는 더 넓고 고요하여
말할 수 없는 적막만 환하다
------------------------------------
기일에 쓰는 편지


그 해 겨울

어머니를 잃고 여러 날을 동면 속에 있었다
차례상 준비도 뒷전인 채
세상은 나 혼자인 듯 동지섣달 긴 밤을
뜬 눈으로 새웠다
터널은 길고 캄캄했다

봄이 오는 날 산소를 찾았다
산골짜기가 환해지며 갑자기 눈발이 펄펄 내렸다
어머니가 버선발로 내려오는 것처럼
달려가 안았다
허망한 기쁨

빛바랜 메모지에
‘어머니 맏딸은 황야에 홀로 서 있어요.’
라고 적혀있다
----------------------------------
나는 기억하고 있다

어머니를 잃고

며느리를 맞이했지만 세상은 어둡기만 하였다

거리에 나서면 세상은 그대로인데

한의원에 앉아 환자들의 상담하는 모습만 멍청하게

듣는 것이 전부였다

긴 침을 몇 군데 찌르고 자격(刺擊)을 준다며 반복해서

돌리면 모두들 아파서 고함을 지른다

친구와 바둑을 두며

나누는 이야기는 나를 두고 하는 말인 듯

松下問童子하고........

낙관도 없이 받아왔다

이제 세상이치를 조금씩 알아가는 나이로 늙어가고 있다

이 詩를 접하자 문득 그를 뵌 듯 반갑다

그는 나의 隱者이시다

-----------------------------------------------
쑤세미

그는 비상한 더듬이가 있다
때로는 작은 짐승을 향해 평원을 질주하는
맹수와 같다

허공을 계단으로 삼아 담장에 올라
푸른 아우성으로 지루한 땡볕을 삼킬 듯
내다린다

장엄한 여름이 눈부시다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32
물빛 28집 원고
이경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4
310
231
물빛 28집 원고
고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1
436
230
물빛 28집 작품 올립니다
돌샘 이재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9
191
229
물빛 28집 원고(수정본)
우설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4
431
228
김상연 28집 원고
김상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3
237
227
28집 작품입니다
정금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2
293
226
28집 원고가 늦어 죄송합니다. ^^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2
216
225
물빛 28집 원고
구름바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30
149
224
물빛 28집 원고
차재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9
463
223
28집 작품 올립니다
정해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268
222
물빛 28집 작품입니다.
정정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4
226
221
28집 작품
김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4
416
220
회비 납입 확인하세요. ^_^*
하루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2-17
182
219
동인지 원고
김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4
244
218
동인지 27집 작품 입니다.
미소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3
231
217
동인지 시 1 편
침묵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9
183
216 답변글
침묵님, 작품으로 뵈오니 참 좋습니다.^^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9
157
215 답변글
동인지 시 1 편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14
246
214
동인지 작품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9
228
»
동인지 작품입니다
보리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9
236
212
동인지에 실을 작품입니다
우설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8
158
211
동인지 작품입니다.
여울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5
218
210
동인지에 올릴 작품입니다.
이재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31
352
209
동인지 작품 올립니다
정해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30
273
208
시 세 편 올립니다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6
229
207 답변글
참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6
219
206 답변글
참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6
254
205
동인지에 실을 작품입니다.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5
262
204
동인지 원고 올립니다.
서경애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4
275
203
정정지 동인지에 실을 작품입니다.
목련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8
165
202
해바라기, 저물녘
하루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18
218
201
급히 올려놓고 갑니다
카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5
170
200
죄송
카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5
149
199
미흡하나마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4
224
198
2008년 물빛 출품작 / 김학원
구름바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01
327
197
물빛25집 시 올립니다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28
306
196
푸른 먼지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4
779
195
외돌개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1
213
194 답변글
외돌개
착한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5
198
193 답변글
외돌개
온소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7-05
143
192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1
173
191 답변글
착한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0-05
156
190
정해영씨의 <할머니의 안부>를 읽고,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8-14
213
189 답변글
정해영씨의 <할머니의 안부>를 읽고,
착한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08-14
236
188
살랑해요!!메나리님
김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26
250
187 답변글
모두 9편?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11-26
228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Copyright © mulbit.com All rights reserved.

PC 버전으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