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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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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이상하다

언제나 나는 그 자리에 있다
느티나무 밑에서 하루 해가 지나가도
처음 앉은 자리에서 떠나질 못한다
기복이 심한 마음의 소용돌이 속에 앉으면
숲길을 걷는 날도 울타리를 날고 있는 잠자리도
하나 같이 처음 자리에서 떠나질 못할 것 같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심연의 두려움 같은
호수의 바람이 숲을 지나간 고요함 같은
깨우치질 못한 미련 때문인가?
침체 속에 침몰한 아픔 때문인가
그렇다 같은 자리에 앉아 있다는 것은
어딘가 이상하다




첫사랑

잠들기 어려운 밤이다.
夜氣에 시달리는 맨드라미꽃
꽃은 그림자로 흔들리다 사라진다
회색공간의 불면이 날개치고
어두움을 자르며 별똥돌이 떨어진다
순간 뇌리를 스쳐가는 여인, 여인이
불면의 밤을 번민으로 장식하고
지난날 아픔이 전신을 돌며
외등 위로 올라간 바람처럼
오그라든 심신을 흔든다
그렇다 희열과 절망을
맞보게 한 그녀 항시 빛의 중심에서 온다
여인의 시선은 심장에 꽂이기도 하고
영혼을 전율케 하는 비수 같아
칼끝의 절정에 서있었다

2010. 8. 6



시인

천공은 장대한 팔월을 이고 있다
태풍이 오고 장대비 쏟아지는 날이다
돌 틈의 풀이 숲이 흔들리고 찢기며
고양이 날카로운 이빨 같은 번개 대지에 꽂힌다
천둥과 번개를 기다린 이는 패자의 수건을 던지지 않는다
순간의 힘과 파괴를 주시하며 변화를
변화의 기틀을 천공에 걸줄 아는 자다
그는 일찍부터 말했다 변화를 창조의 기틀을
방안을 서성거리다 거울을 본다
파리한 얼굴, 파리한 얼굴은 시인인가?
시인은 천공에 무엇을 달 줄 아는가
비바람을 구름을 영혼을?
아니다 아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너는
그저 파리한 얼굴이다

2010 8. 11





자면서 꿈을 꾼다
꿈에선 나를 속박하는 것들이
동시다발 현상으로 나타난다
나를 잡으려 질주해 오는 귀신
흐물거리다 살점이 떨어지는 시신,
악순환을 거듭하다 잠을 깬다
무엇이 의식 속에 남아 나를 괴롭히는 걸까?
낯선 현상의 뿌리를 찾다,
무명으로 황급히 덮어 버린다
지난 날 아픈 추억들 의식 속에 남아
불을 지피는 것일까
의식과 무의식 속의 잔해를
쉽게 처리할 수 없으니
꿈에선 꿈을 꿀 뿐이다

2010. 8. 3




흑암

흑암이 나를 지배한다
직선의 빛이 어두움과 충돌하였을 때의
그 신선한 순간도 먼 일이나 다름없다
흑암은 통로도 없고 탈출할 수도 없다
동굴에 갇힌 짐승의 비명이나 절규 같은 소름일 뿐이다
흑암은 무덤과 통하나 불면으로 일관하고
의식의 흐름은 있으나 망각은 없다
돌틈의 풀들이 빛을 향하는 본능도
먼 곳 뇌성이 비를 품고 올
기다림이나 기대도 없다
단순한 의문표 하나 가슴에 걸 수 없고
밀항과 탈출의 긴장은 더욱 없다
도처에 흑암이 깔려 있을 뿐
침묵만 사방을 지배한다

2010 8.4 ~ 5



추일 저녁

강변엔 저녁바람 일어나고
국화 향긴 울안에 가득하다
섬돌에 떨어진 바람 주우려다
얼굴 붉히나
오늘도 아니 오시는 님의 모습,
강상의 빈 배만 오락가락

2010 8. 13



너는 고도처럼

창문에 빛이, 성탄추리도 있다
지난 성탄절은 탄생의 즐거움으로
빛이 오신 경건함으로 보냈으나
빛은 창문을 두드리며 누군가를 부르는 것 같아
한 동안 주시하며 그 평온함을 즐기며
기다리는 설레임으로 보냈으나
지금은 여름, 장미가 숨을 거두는 칠월,
물과 구름의 계절이다
성령 강림 후 열 두 번째 주일 예배 중
천둥과 벼락 호우가 쏟아지고
길거리 사람들 비를 피한다

영효야 신심 깊던 어머니 소천하셨는가
홍은동 바람 그 시원한 바람을 기억하나
너는 외로운 날의 고도처럼 어디에 서있는가
아니면, 눈 오는 날 밤엔 발자국만 남기는가
서울역 벽시계 열두시를 가리킨다
나는 몰래 가슴을 누르고

2010. 8,14 ~ 19



S여 너는

강물은 푸르름이 넘치며 흘러가고
아픔의 실마리를 묻으며 밀려가나 나는,
할 일 없이 풀잎을 뜯으며 먼 산을 바라본다
먼 산 송림 강물, 모든 것 필름처럼
뇌리를 스쳐가고 지난 날 아픔에 둥지 튼
눈물의 집이 넘쳐나 노구를 지탱할 힘도 없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감정의 기복을 다스릴 수 없게 하는가
생의 바다에 강풍이 일어 믿음마저 헛되고 헛되게 하는가
구름이 잉태한 비 나를 실족케 하는 감성
모두가 덫을 만들어 속박한다
그렇다 여인이여 너는 온화한 미소로 나를 감싸나
네가 서있는 자리의 환한 빛 때문에
근접할 수 없었다
생의 여로에 항시 비를 내렸다

2010. 8. 22



가을

집들은 투명하고 차갑다
투명한 빛살 속에 웅크린 칼날
칼날이 몸에 닿는 듯 한 섬뜩한 뒤뜰
지붕에서 떨어진 햇살 눈이 부시고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 또한 서늘하다
불타는 해바라기, 풀잎의 숨 끊어지는 외마디 비명
장대 끝에 걸린 노을, 잔혹한 핏물
핏물에 깃든 일몰, 초가의 불빛
두런거리는 말소리
마루 밑 누렁이

수숫대 일렁이고

2010. 8. 24 ~ 25



산촌

대문 전신주 블록담 제비둥지
노인 행세 하는 옥수수 오후 햇살이 내리자
도라지는 깔깔 웃고 상춘 쏙닥거리다,
전선에 앉은 새를 부러워하듯
졸린 눈을 부빈다 그래 무료한 오후,
잠자던 바람 일어나 뜰을 돌다 가고
뒷산 사과 밭엔 산꿩이 날아들어
포물선을 그린 소란, 상승과 하강의 곡예로
산촌 정적 기우뚱하다 무너진다
대야에 물 담아 세수하고 나니
열린 방문 사이로 강물이 보이고
시렁에 올린, 마늘 종자 눈 뜬 저녁 무렵,
저녁 무렵 산꿩이 운다

2010 8. 26 ~ 27



한촌

야기에 떠는 구절초
사립문 좁은 뜰
눈이 올 것인가
진눈개비가 올 것인가
징검다리 건너
마을 불빛
마을 불빛

2010. 8. 31



村暮

물푸레 나뭇가지 대리석 색조로
눈 뜬 저녁 서산에 걸린 해 방안을 기웃거리고
삐걱이는 대문 사이로 들어온 청냉한 공기
울안에 가득하다 저녁은 상추쌈을 먹었으나
힘없이 떨어지는 햇살을 보니 이런 날은
늪지에 빠져드는 기분이다
촌모의 하루 다리 아래 물살소리
한 등 한 등 켜지는 불빛 벼랑의 노송,
골 깊은 산 검푸른 하늘 무거운 구름
화살에 꽂힌 해, 야기 서린 빛살
조용히 저무는 촌락의 저녁

2010. 8. 31 ~ 9.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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