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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05 08:59

급히 올려놓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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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bloc)>


부딪힐 듯 비껴서는 개미들
비포장 길 같은 보도 블록 사이를 분주히 오고간다
두 마리의 개미 서서 손으로 연신 말하고 있다
목이 꺾이고 허리가 꺾인 개미 한 마리
서너 마리의 개미들에게 물려 손발을 버둥거린다
길을 잡지 못한 개미
서로 끌고 가려 사지를 잡아당긴다
개미 한 마리 오그라든 개미 물고
이리저리 갈지자로 걷는다
개미떼 소시지 가장자리로 몰려들어 음영이 도드라진다


블록(bloc):정치나 경제상의 목적을 위하여 결합한, 단체나 국가 등의 집단




<푸른 풀밭 위>


연둣빛 애벌레
허공에서
마디 주름에 따라
꿈틀거리며 버둥거린다
생명선 같은 거미줄 끝에서

광대가 외줄 타듯 위태롭다




<상처>


개는 앞다리로 몸의 체중을 지탱하듯 앉아있다 왼쪽 뒷다리는 대리석 바닥에 널브러지고 오른쪽 뒷다리는 추위를 이기지 못해 떨고 있다 셔터가 내려진 건물의 바닥에서 비를 피해보지만 바닥으로 떨어지는 빗방울이 다시 위로 튄다 빗물에 젖어 앙상한 몸이 그대로 드러난다 행인이 건네주는 쥐포에도 먹이를 쫓지 않는다 눈은 삼엄하게 행인들의 발길에 머문다 갑자기 일어서서 쫓기듯 뛰어나가다 차 뒤로 숨는다 사람들을 피해 나무 아래로 비를 피할 뿐이다 거기까지 행인은 따라가 쥐포를 잘라 던져주지만 무심하다 행인이 쪼그리고 앉아 먹이를 던져주어도 허공을 초점 삼아 눈길을 흘린다 행인이 떠나고 개의 주위에 쥐포가 박히듯 있어도 그대로다 빗물 고인 웅덩이에서 슬그머니 기억이 되살아나고 있다



<주객전도 or 객반위주 >


사람들이 다니는
등산길 가장자리로 비껴나
콩만한 똥 누고
시침이 떼듯 사라
세 덩이 옆으로 한 덩이
재촉하듯 바삐
풀숲으로 꽁무니 뺀



<감사>


접란 꽃대에 핀
여물지 않은
보드랍고 고운
아기 손톱만한 잎사귀에
물 햇살 영글었다
촉수처럼 뻗어있는
꽃망울 끝에도
온점 만하게
아침 햇살이 깃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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