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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11-04 18:44

미흡하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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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써놓았던 시 몇 편을 손봤습니다.

<정류장>

어디로도 갈 수 없고
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버스가 오지 않고

눌러앉은 잔설 사이
성급한 나생이 입술이 퍼랬다
아직은 춥다며
바람이 어찌나 몸을 비비던지
헌 신문지가 몇 번이나 뒹굴다 훌렁 배를 보이며 날아올랐다
바짝 다가온 저녁이
어둑한 마음을 곁눈질했다

어디로도 갈 수 없고
가지 않을 수도 없었다

한참을 기다려도 버스는
맨발로 나가버린 애인처럼 오지 않았다

<폭설>

처음엔 당신이

내리다 얼른 녹는

그저,

봄눈일줄 알았지요


<그때>

엄마는 낙타였다
언제든 그 혹을 열고 실컷 물을 마셨지만
사막은 춥거나 너무 뜨거워
나는 선인장처럼 자주 가시를 세웠다

얘야, 내게로 피하렴
엄마가 나를 감쌀 때
가끔 목을 끌어안고 울고 싶기도 했으나
아파하진 말자고
불면의 밤은 나를 길게 몰았다

그때 내가 할 수 있던 건
둥글게 몸을 말아 어둠을 밀어내는 일
늑골 속, 쌓인 모래알갱이를
더듬더듬 쓸어내거나
거울 속 글썽한 눈을 외면하는 일

눈부신 아침이 오면
간밤 옮겨 앉은 사구의 등은 애처롭지 않아
나는 소리치고 싶었다

날마다 무너져도 어머니
보세요, 사막엔 비틀거린 발자국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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