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다 지워진 캔버스 위를 그가 걸어 왔다
구름인가 했다
바람인가
누구요
그는 말없이 바라만 봤다
천천히
퇴락한 갠버스에 물색이 오른다
조금씩 잎이 나고 나무가 서 있고 격렬하게 매미가 울었다
꽃이 갈기갈기 찢겨져 흩날린다
아! 미아의 첫사랑
그가 손에 심장을 꺼내들고
핏물이 나도록 기억을 부빈다
지워진 캔버스 위에 눈만 보름 달 같은
그녀가 둥그랗게 떠 오른다
죽었어요....
한동안 깊은 어둠에 머리를 담근 그가
늙은 슬픔을 벗어놓고
젊은 강을 따라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