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기 전까지, 고민을 좀 했습니다.
시에 전력투구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물빛의 진정성에 흠집을 내는 것은 아닐까, 하는 고민.^^
그러나 제 시를 다시 읽어보고 용기를 냈습니다.
부족하나마, 그것들을 쓸 때의 저는 진실했던 게 맞습니다.
그러므로 사랑해야 마땅할 작품들입니다, 제게는.
메나리님의 메일로 보낼까하다가 혹시 잘못 될까봐 여기에 올립니다.
번거롭더라도 힘써주세요.^^
<마음> 외 4편
어떤 날은
꽃도 꽃이 아니다
가지 끝마다 바람
턱, 턱,
무릎이 걸린다
빨랫줄처럼 처진 하늘이
툭!
터질 것 같다
<鹽田>
늙은 세월 속의 어머니 아쉽지만 그 책을 덮어주세요 여긴 밤도 낮처럼 하얗지만 어머니 새도록 부스러져 내리는 건 달빛이 아니랍니다 세상과 입 맞춘, 딸들은 깰 적마다 소스라쳐요 다가왔던 빗물은 사실 언제나 소멸이었어요 태양은 왜 어제보다 뜨거운가요 뜨거워만 질 건가요 비린내 나는 꿈들을 게우다 졸아붙은, 그 위를 악착스레 떠도는 물기는 무엇인가요 우우우 그 신호들을 바싹 말려주셔요 어디나 길이었지만 어머니 만선의 풍문이 닿지 않는 글쎄, 여긴 아무 꽃도 피지 않아요
<이별>
외투 주머니에 손을 넣어도 춥다
저만치 누군가 모퉁이를 돌아 사라진다
그 모습을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선인장>
사막을 견디는 것은 가시다
오래 목말라 본 사람만 아는
파리한 이파리 하나
여린 꽃잎 한 장도 사치라는 걸
눈을 뜨면
다문 입 같던 하늘이 별을 쏟는데
누군가 떠나는 꿈은
매번 처음 같아서
오늘밤에도
기어코 딱딱한 가시로 피어났나
내 심장을
벌건 내장을 쿡,쿡, 찌르면서
피어나나
그대,
시들기를 바라는데
<변명>
멀쩡한 상추
멀쩡한 식빵
또
저리 멀쩡한
며칠이나 지났을까?
까딱도 않는 것들이 품은
독기
방부제나 농약
일테면
집착 같은 것 말이다
누군가* 신중하게 살고 싶어 숲으로 갔다지만
내 알기론 냉장고로 가야한다
팔짱 끼고 서서
신선하면
얼마나 하겠냐고…
비닐에 둘둘 말린 내 원願은
건조해지고
시들해지고
* 헨리 데이빗 쏘로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