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인장(시) > 토론해봅시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토론해봅시다

|
07-07-09 00:07

선인장(시)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선인장
신상조

사막을 견디는 것은 가시다

오래 목말라 본 사람은 안다
파리한 이파리 하나
여린 꽃잎 한 장도 사치라는 걸

눈을 뜨면
다문 입 같던 하늘이 별을 쏟는데
네가 떠나는 꿈은
늘 처음처럼 슬퍼

오늘밤에도
그대,
기어코 딱딱한 가시로 피어났나
내 심장을
벌건 내장을 콕콕 찌르면서
천년만년 피어나나

실은, 나,* 시들기를 바라는데


* 이선영의 詩 <선인장> 중에서 “실은, 나는”

---------------------------


선인장은 사막이라는 지극히 힘든 삶의 환경을 이겨내는 식물이기 때문에 설명 이전에 만만치 않은 이미지로 다가옵니다. 거기에 더하여 작자는 그 사막의 고통을 이겨내는 것은 그 마르고 날카로운 가시라는 하면서, <파리한 이파리 하나>와 <여린 꽃잎 한 장도 사치>라고 경구처럼 말하고 있으므로, <오래 목말라>보지 못한 평범한 독자들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느낌을 받습니다. 여기까지(제2련까지)는 이 시가 지닌 힘과 울림을 충분히 발휘하여 대단히 훌륭한 작품임을 예고하는 듯합니다.

그런데 제 3련부터는 갑자기 설득력을 상실하고 스스로 망가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참으로 아쉽습니다. 우선 <하늘>의 비유로서의 <다문 입>은 그 모양새나 성격으로 보아 비유가 좀 억지스러운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네가 떠나는 꿈은> <늘 처음처럼 슬퍼>라는 말도 공감하기가 어렵습니다. <처음처럼 슬퍼>라니.... 뭔지는 몰라도 <처음>이란 원래 슬픈 것이라는 모양인데 어떻게 <처음=슬픔>이 될 수 있는지요? 또한 <슬퍼>라는 감상적인 표현은 앞의 1, 2련에서 구축한 엄숙하고 단호한 태도와는 너무나 대조적으로 연약하고 억지스러운 소녀취향(?) 같습니다.

4련의 <내 심장을/ 벌건 내장을>에서는 두 가지 심상 중에 하나만 쓰는 것이 오리려 선명하고 효과적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리고 4련 끝의 <천년만년>이라는 말도 지성적이지 못한(사색된 혹은 자기화하지 못한) 느낌을 줍니다. 나는 이디엄은 가능하면 쓰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너(네가:3련3행)>와 <그대(4련2행)>는 같은 사람입니까? 그렇다면 왜 <나>와 <그대>라고 다르게 표현하는지요? 그리고 마지막 련의 <나>가 이 작품의 화자라면 그 표현도 뭔가 애매하게 읽힙니다. 다음 주 작품 토론회 때 좀 더 얘기합시다.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830 동백꽃이 피려 할 때(890회 토론용)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09 424
829 능소화 / 이규석 1 corner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4-27 422
828 당신은 뉘십니까? / 이규석 1 corner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5-11 422
827 2017년 34호 연간집 원고 돌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7-10-16 421
» 답변글 선인장(시)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7-09 420
825 889회 시 토론 ㅡ 동병상련/코너리님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1-27 420
824 답변글 <짧은 시의 깊은 울림>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1-26 419
823 29집 원고 김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2-11-23 417
822 28집 작품 김세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1-10-24 415
821 889회 시 토론 ㅡ 몬스테라 옆에 제라늄이 있다/해안님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1-27 411
820 거미2 1 박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8-10 409
819 입동 무렵(제목은 같으나 다른 작품)/ 조르바(906회 토론작)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0-12 406
818 가을의 전령사 1 돌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4-26 405
817 그녀의 사치 1 목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6-08 404
816 눈길을 가다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1-25 403
815 귀향 / 이규석 1 corner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3-09 402
814 34집 원고입니다 정해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7-10-05 399
813 독서노트/문학동네 2006 겨울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2-01 398
812 삼월의 자리 / 전 영 숙 (토론작)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3-08 395
811 답변글 파일로도 업로드 했사오니 파일로 작업하시면 되옵니다.^^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6-10-25 393
810 35집 원고 -김세현 로즈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8-10-20 393
809 오래된 순간 / 전영숙(900회 토론시)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7-13 392
808 한 낮, 정자 1 목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9-14 392
807 답변글 사랑해, 라는 말을 들으면 보리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17 391
806 답변글 마음 전하기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24 391
805 답변글 혹시! ??? 온소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6-08 391
804 전구, 빛을 잃다 1 목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23 389
803 어쩐지 한쪽에는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3-23 386
802 물빛 38집 원고(전영숙)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0-14 386
801 동인지 원고-박상순 시인 편 착한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4-09-24 382
800 독서노트 /츠바이크가 본 카사노바, 스탕달, 톨스토이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2-10 380
799 한갓진 통나무집 1 돌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4-12 380
798 꼬깜카페/곽미숙 1 해안1215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12-13 380
797 댓돌난야 1 꽃나비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1-31 379
796 890회 토론용 시ㅡ겨울 연가/조르바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08 377
795 봄 이야기 / r곽미숙 1 해안1215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8 377
794 마흔 해, 수만 번의 입맞춤 1 꽃나비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2-14 375
793 포도송이를 손으로 딸 때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3-09 374
792 가위를 들다/곽미숙(890회 토론 시) 1 침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09 373
791 창문이 있던 벽의 흰자리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3-09 372
790 서경애 (초대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꾸벅)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6-10-25 371
789 옛날 이야기 / 곽미숙 (893회 토론 시) 1 침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3-23 371
788 저 말 없음의 거리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4-27 371
787 아프로디테 1 이오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7-13 371
786 답변글 정근표님의 구멍가게, 그리고 낯선 향기 모두 잘 읽었습니다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0-05 367
785 위장전입/ 조르바(900회 시 토론) 2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7-13 366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