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듬지*를 잘랐더니
이규석
조상님들 누워계신 동솔밭 너머로
같은 듯 같지 않은 새 해 떠올랐다
아름드리 노송 아래
나뒹굴던 솔방울
저게 언제 생명 되나 했었는데
불쑥불쑥 솟아난 여린 것들
어느새 도래솔** 되었다
북풍에도 볕 바라기 나선 우듬지
다투어 고개를 뽑자
곧게만 자라지 말고
굽어서도 살아보라는 말씀
솔바람 타고 들려와
상투 자르듯
위로만 오르려는 욕망 톱날로 잘라내고
끝없이 뻗으려는 체통 가위로 잘랐더니
펑퍼짐한 다복솔*** 되었다
도포자락 휘날리던 할배
치맛자락 거머쥐었던 할매
병풍처럼 둘러쳐진 다복솔 안에서
이젠 편히 쉬셔도 되겠다
*우듬지 ; 나무의 우두머리 가지 혹은 싹
**도래솔 ; 무덤가에 둘러선 소나무. 소나무는 무덤가에 둘러 서서 죽은자의 영혼에 벗이 되기도 한다.
***다복솔 ; 가지가 탐스럽고 소복하게 많이 퍼진 어린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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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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