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취ㅡ팔음 김미숙
수술 후
회복실에서 대기 중,
지혈이 안 되어
다시 수술대로 올라갔다
산부인과 의사가
또 마취하려는 찰나
나는 싫다고 거부했다
좁고 어두운 동굴 속
바느질하던 의사는
"어머니, 괜찮으세요?"
나는 어금니 꽉 깨물고
"아파요"
어느 날 밤새도록
어금니 치통을 앓았다
날이 밝자 치과에 갔는데,
의사가 마취하려는 순간
나는 단박에 거부했고
아픔을 참으며 치료받았다
의사는 나를 볼 때마다
"엄마, 엄마, 진짜 대단하다"
내 몸에 큰일 닥쳐도
'그까짓 것' 했던 내가
이번 감기에 와르르 무너졌다
한 달 넘도록 기침에 시달리며
밤잠을 설치니 지옥같다
아아, 이젠 정말로
마취가 절박하다
동면에 든 겨울나무처럼
깊이깊이 잠들고 싶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
Copyright © mulbit.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