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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현 시 5

 

* 노을

* 아카시아

* 봉선화

* 첫사랑

* 나팔꽃 

 

 

노을

 

지나가던 해가

집 앞 전봇대에 걸려

심장이 찢어졌다

집안에 피가 흥건했다

 

30년 만에 돌아온 아들이

내 무릎에 얼굴을 묻고

엄마, 난 사랑이 필요해

라고 했다

 

피의 강물이 흘러간 뒤

어둠이 찾아왔다

사랑이 지옥이었음을

나는 보았다

 

 

 

아카시아

 

의붓아비 박대에

가슴은 온통

울음으로 출렁대던 학창시절

집에 가기 싫어

찾아갔던 성모당에서

울다 살풋 잠들었다 깨면

향기로운 명주손수건 풀어

내 눈물 닦아주던

아카시아 꽃

 

 

 

봉선화

 

우리 엄마 이름은 봉선이었지

땡볕 이고 한여름을 홀로 건넜지

 

온몸에 꽃 한 아름 피워

손톱에게 다 빼앗기고

지쳐가는 대궁 하나로 생을 건넜지

대동아 전쟁을 건넜지

6.25 사변을 건넜지

 

울밑에서 하염없이 울며 살았던

우리 엄마

 

 

  

첫사랑

 

비오는 날, 그가 우산을 들고 교문 앞에 서있었어

우산이 있어도 나는 비를 맞았어

교복 속으로 흐르는 빗줄기 즐기며

미친 듯 웃고 싶었지

 

넌 예쁘지 않아도 눈물을 알아서 좋아, 라며

그는 나의 눈물을 받아주었어

무거운 책가방도 들어주고

무덤 같은 나의 집으로 데려다주면

나는 겨우 잠들 수 있었지

 

그를 잊고 강물 같은 세월이 흘렀어

어느 날 지인이 가져온 관음죽 화분에서

그의 가슴에 꽂힌 비수를 보았지

그 물렁한 몸에 꽂힌 비수의

팔랑이는 댓잎이 말해주었어

 

그를 밀쳐내고 파랗게 돌아서버린

나의 뒷모습, 꽃은 못 달았지만

그것은 꽃이었다고

무덤에서 바라보는 초승달처럼

삭아버린 눈물이었다고

  

 

 

나팔꽃

 

길가의 깨진 화분에서 자란 나팔꽃

판자 담을 따라 꽃도 피우고

너풀너풀 잘도 기어오른다

 

지나가던 사람들 꽃을 뜯어

나팔도 불고 풍선처럼 떠트리기도 한다

세찬 비바람에 무너져 내린 나팔꽃

깨진 화분 속에서 소복이 머리 숙여 떨고 있다

 

국민학교 때 월사금 내지 못한 아이들

손바닥을 큰 자로 마구 쳐대던 선생님

교실 밖에 모여 서서 맞은 손 호호 불며

울던 동무들 지금은 잘 살고 있을까

 

아무도 보호해 줄 이 없는

얼마나 황당한 것일까

담이 없는 은 항상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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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김세현 시인 문병을 가서, 시 2편(첫사랑, 나팔꽃) 쓴 것을 받아왔습니다.
    지난번에 토론한 3편과 함께 이곳에 올립니다.
    이번에 받은 것은 토론을 거치지 않은 것이라 세현 님은 걱정을 하셨는데, 교정 볼 때
    이오타님과 다른 분들의 의견을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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