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하던 노인
아내의 신음 소리에
급히 발을 끌며 방으로 온다
오랜 병마에 지친 아내 짓밟힌 물망초 같다
병원으로 모시자는 자식들의 말에는 귀를 막고
병원에 가기 싫다는 그녀의 부탁에
그의 수고가 눈물겹다
아내의 마른 가지 같은 손을
꼭 잡고
어린시절 그의 전부였을 엄마를 회상한다
잠잠해진 아내
그의 얼굴이 서서히 굳어진다
이미 예견된 일인 듯
갑자기
베개로 아내의 입을 틀어막는 성난 팔
잠시 폭풍 같은 시간이 흐르고
예쁜 드레스를 입은 그녀
꽃으로 쌓여있다
테이프로 문 사이를 막은 그는 피아니스트였던 아내의 연주를 들으며 조용히 눕는다
목련 꽃이
바람도 없는데 툭 툭 떨어진다
나무는 하늘만 쳐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