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내게 가장 관심을 가진 사람은 바로 ‘나’다. 나는 언제나 나를 ‘생각’하고 ‘관찰’하며 ‘판단’하므로. 나는 내 고정 관객이자 배우이지만, 이 모든 배후에는 타인이 있다. 타인을 향한, 타인에 의한, 타인을 부르는 나.
엄밀히 말해, 나는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닌 단독자다.
<나들이>
저만치, 신호 대기 중인 차들을 본 적이 있는가
눈에 불을 켜고, 부릉부릉 콧김을 내뿜으며
색색의 갈기를 세운 차들 중에서
당신을 태울 버스만이 유독 초라해 보인 적이 있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쾌했던 적이 있는가
흔들리며 가는 동안, 마음은 기억을 멋대로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