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숲에서>
한겨울에도 질긴 것들은 푸르다
칼바람 속, 뒤척이는 대숲의
저 서늘한 머리맡에서
잠시,
숨 고르던 마음은 생각하는 것이다
손놓고 싶은 아득함 만큼
질기지 않았으니
이토록 시퍼렇게
멍들지도 못했구나
멀리 눈을 뜨면
견디는 삶이 지천이다
<絶唱>
제 소리에 취한 매미가
사나흘
잠깐,
십년을 울고 갔었다
문 밖엔
시리도록 뽀얀 버선발
사락사락
눈 오시는 소리
<배심원>
“나는 네가 아프다”는 말은 죄가 없다 그것은 한번도 지껄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거짓말>
내 이마에 닿았던 모든 눈은 첫 눈이었다
지나간 사랑처럼
그 사랑처럼
끝내,
막차에서 내리는 손님은
도착하지 않을
서툴고 간절한 약속이다
그러므로
슬프고(어느 순간)
꿈꾸었던 모든 것들에게(어느 한 순간)
나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사를 하겠다
안녕,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