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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 시인들의 나들이

 

                                이규석

 

 

봄 가뭄에 목이 타던 시골 노인들 태운 버스

역병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시퍼런 바다가 열렸다

 

"여는 물이 많은 걸 본이 간밤에 비가 많이 내릿는 갑다

"얼쑤, 바다가 육지라면 참외 농사 한 분 멋지게 지 볼낀데

소싯적 시인이 꿈이었던 할매의 선창에 노인회장의 화답 어우러진다

대게 삶아먹고 배부른 버스 집으로 돌아가려 하자

"그 넓은 바다 벌시로 다 밧나.

아직 해도 안 떨어짓는데 우에 집에 들어가노, 한 바쿠 더 돌자

 

곰삭은 시인들의 성화에

덩실덩실 춤추던 버스 기어이 죽도 시장으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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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체적으로 사투리가 실감을 주어 정겹게 다가오는 시다 '역병이 긴 터널을 빠져 나오자 시퍼런 바다가 열렸다'는 설국의 첫마디 같아 걸린다 싯적인 승화가 없어서 아쉽다 현실 묘사에 그치지 말고 바다 밑에 있는 풍경이 느껴져야 한다 표면적이 뜻 말고 내면의 뜻이 떠올라야 한다 철학적인 깊은 내면이 드러나면 좋겠다 산문적인 대화체는 시에서는 삼가하면 좋지 않을까 사람과 사물과의 조응이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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