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고미현
호미로 콕 콕
어머니 가슴에 못 박는다
텃밭에서 갓 캔
허연 상처투성이 고구마
내년에는
흠집 없는 고구마 캐고 싶다
아파트 담장 따라 어머니와 걷는다
걸음마 가르치던 크고 부드러운 손
내 손에 잡혀 바삭 부서질 것 같다
가을볕이 따뜻하다
내년에도 함께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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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말나리
고미현
안개 자욱한 초여름
성인봉에서 만난
섬말나리
다소곳이 무리지어
헐떡이며 올라오는
지친 산꾼 손
잡아준다
주황색 자태 눈부신
울릉도 산길 토박이
‘고귀’란 꽃말 가진
양식이고 약초였던 그 꽃
하나 둘 사라지고
이제는 희귀종이 된
섬말나리
높은 산 속 수행자 같은
청정한 말씀으로
오늘, 빛으로 살아있다
*회장님, 나중에 좀더 수정하기로 하고 일단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