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김상연
당신이 쟁기로 밭을 갈아엎고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러자, 쟁깃밥 사이로 노랫소리가 피어오르고 주위의 나무들이 하나 둘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나도 그 노랫소리에 얼른 밭 한 자락이 되어 엎드렸습니다
쟁기날에 갈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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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좋습니다. 미소년의 뛰어난 시적 상상력이 여지없이 발휘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2행에서 쟁깃밥 사이로 <노랫소리가 피어오르고>와 3행의 <나도 그 노랫소리에 얼른....> 하는 것이 읽기에 걸립니다. 또한 2행의 <주위의 나무들이 하나 둘 얼굴을 내>미는 장면도 그 <밭을 갈아엎>는 강렬한 장면에 비하면 느리고 어색합니다. <주위의 나무들>을 씨앗에서 터 오르는 어린 싹으로 바꾸면 어떨는지요?
그래서 나는 다음과 같이 고쳐 읽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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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
당신이 쟁기로 밭을 갈아엎고 씨앗을 뿌렸습니다
그러자, 쟁깃밥 사이로 파란 싹이 하나 둘 얼굴을 내밀었습니다
나도 얼른 밭 한 자락이 되어 엎드렸습니다
당신의 쟁깃날에 갈리고 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