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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연씨의 [자인 단오 한 장군놀이]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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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인 단오 한 장군놀이
-김상연

이팝나무꽃 만개한 보리누름철이면

요석이 원효를 만나러 오던
그 길목, 자인 땅 계정숲엔 잔치판이 벌어진다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

한 장군 오누이가 화관 쓰고 왜구 무찌르던 역사의 현장, 도천산 버들 못은 경제 유토피아 꿈꾸는 후손들 손에 생매장 당한지 오래건만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

축제라는 이름 아래 한 장군의 허울을 뒤집어 쓴
박제된 잔치판이 벌어진다

이팝나무꽃 만개한 보리누름철이면

------------------------

먼저 썼던 <소쩍새>보다는 훨씬 구체화되어 이해하기 쉽습니다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가 마음에 걸립니다.

(1) 제목이 너무 설명적입니다. 보다 함축적인 것을 생각해 보는 게 어떨는지? 앞의 <소쩍새>라는 제목은 그것이 연상케 하는 설화적인 그늘이 있었는데, 그것을 걷어 내고 나니 군더더기는 없어졌지만, 너무 밋밋한 설명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러니 함축적인 제목을 생각해 보고, <자인 단오 한 장군놀이>는 부제로 붙이는 것이 어떨는지요?

(2) 내용은 아주 간단한데 후렴구까지 포함해서 모두 7련이나 되니 늘어진 느낌이 듭니다. 그리고 처음과 마지막이 반복되고 있는데, 별로 길지 않은 시에 그런 반복이나, <어널널 상사뒤 어여뒤여 상사뒤>라는 후렴구도 두 번이나 반복하는 것 등이 너무 늘어지게 합니다. 단오의 한 장군 놀이를 표현하기 위하여 리듬, 특히 우리 가락을 염두에 둔 것 같은데, 그래도 너무 풀려서 긴장이 없습니다.

(3) 전체 7련 중, 1련과 7련, 2련과 6련, 3련과 5련을 짝을 지어놓고, 가운데의 4련은 산문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 것도 너무 작위적으로 보입니다.

(4) 서로 다른 정서를 가진 두 개의 얘기(원효와 요석, 한 장군 얘기)를 짧은 서정시 안에 함께 넣은 것도 좀 복잡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자인이라는 지역의 특성을 부각시키려는 작자의 의도는 이해할 수 있지만, 독자들은 작자를 이해하더라도 용납하지는 않는 법이지요.

(5) 자인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이 시가 쉽게 다가오겠지만,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얼른 공감하기 힘들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팝나무꽃> <보리누름철>, <요석과 원효>, <계정숲>, <한 장군 오누이> <도천산 버들 못> <자인 단오 한 장군 놀이> 등이 쉽게 다가오지 않기 때문입니다.

(6) 앞의 항목 (5)에 지적했던 고유명사 같은 것을 짧은 시에 많이 넣는 것은 작자가 유식한 듯한 느낌을 주어 독자의 기분에는 거슬릴 수 있습니다. 작자가 조금이라도 가르치려 한다는 느낌을 독자가 받는다면, 독자는 기분이 좋지 않겠지요.

(7) 개발논리에 밀려서 소중한 전통이나 가치가 함부로 밀려나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작자는 그것을 얘기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쉽게 쓰기 위해서(독자들에게 쉽게 읽히기 위해서) 그랬겠지만, <경제 유토피아 꿈꾸는 후손들>이나 <박제된 잔치판> 같은 직설적인 표현도 조금은 더 다듬어 보심이 어떨는지요?

(8) 전체적으로는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닌데, <흠잡기>만 하다 보니 말이 길어졌습니다. 나는 미소년의 미적 안목과 압축표현을 좋아하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단오절의 전통 놀이를 의도적으로 쓰려다 보니 좀 꾸민 듯한 느낌이 남아 있습니다. 축시 같은, 어떤 목적을 가지고 시를 쓰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목적 혹은 의도에 매어서 주제를 충분히 내면화하기 힘들기 때문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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