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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잠

 

전 영 숙

 

한 열흘 노숙하고 싶다

꽃나무 아래

향기를 덮고 누워

 

하루하루 짙어지다

바래져가는 모습에

내 일생을 가늠해 보며

쯧쯧쯧 혀도 차보며

 

어떤 꿈을 꾸는지

떨리는 꽃들의 속눈썹을

밤새 가만히 눌러주고 싶다

 

한뎃잠에

하염없이 뒤척여도

여간해선 떨어지지 않는 꽃처럼

 

봄밤에는

악몽도 그윽하게 꾸며

순식간에 지나가는

꽃들의 시간을 달래고 싶다

딱 열흘

붉은 잠을 자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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