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처럼
이규석
봄비 오시는 날
촉촉해진 땅을 파고 살구나무를 심는다
늙은 살구나무 살다 간 푸서리에다
추억도 심고
꿈도 함께 모셨다
풋살구 한 입 깨물고 쭈그러진 웃음 감추던 옆집 순이
가지째 꺾어 달아나던 개구쟁이들
쉬 돌아오라고 나지막한 담장 곁에다 심었다
오가는 비바람에 꽃은 절로 필 테고
신맛은 별과 달이
따가운 햇살은 단맛을 심을 터이니
하릴없는 주인은
연둣빛 생명이 삐죽이 터지도록 땅만 꾹꾹 밟았다
새콤달콤한 세상맛 즐기는
손자손녀들 달려오라고
가지는 미리 낮으막하게 잡아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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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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