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
이규석
허리 구부러진 뒷집 할매
며칠째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아침저녁 짖어대던 개소리마저 잠잠하다
까치발로 담장 너머를 살펴도
빈 마당엔 겨울 흙먼지 흩날리고
지난 가을 가지가 째지도록 대봉감 매달았던 감나무 곁
장독간엔 식은 겨울 볕만 가득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대문엔 커다란 쇠자물통 말없이 걸렸다
콩밭 매다 꺾여진 허리로
메주 만들고
묵은 장독 불살라 장맛 살리시던 할매
참숯 구해 곧 돌아오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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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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