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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의자

 

전 영 숙

 

연잎 위에 빗방울 하나씩

앉아 있다

달려온 먼 길 다 뭉쳐

동그랗게 쉬고 있다

 

투명하고 맑은 피로를

구름이 들여 다 보고

잠자리가 돌아보고

내가 들여 다 본다

내 피로도 맑아진다

 

속이 다 비치는 빗방울의

의자가 된 연잎

바람이 불 때마다

얼마나 힘을 썼는지

가운데가 오목하다

 

힘쓰지 않는 의자 있을까

얹힌 무게를 거뜬히 받아 내면 모두 의자

머리카락 한 올도 햇볕의 의자이니

 

여름이 일어난 자리에 가을이 앉는다

좀 더 묵직하겠다

세상 모든 것이 앉은 지구는

오늘도 조심스럽게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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