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버린 여자 ㅡ팔음김미숙
다니던 여학교를 그만 두었다
그 좋은 직장을 왜 왜
그만두냐고 시집에서 야단이었다
내가 무슨 슈퍼우먼이냐고
직장 다니고 애기 키우고 살림하고
정 그러면 애기를 대신 키워주던가
애꿎은 친정엄니에게 키워달라고 하라니
이십사년 공부한 끝에 구한 직장인데
낸들 속이 쓰리다 못해 뼈가 아프지만
내새끼 내가 키우기로 맘 굳혔다
여자는 암만 공부해봤자 시집가서
애기 낳으면 말짱 도로묵이란걸
한탄하면서 마지막 수업을 마쳤다
아무리 예쁜 꽃도 꽃을 버려야만
열매를 맺듯, 나의 일터를 버리고
알토란같은 아들 둘을 정성껏 키웠다
무탈하게 장성하여 어엿한
직장인이 된 모습을 바라보며 위로받는다
삼십년 동안 소임을 마친 나는
배움에 목마른 시니어를 위하여
새로운 일터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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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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