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 / 이규석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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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

 

                                    이규석

 

허리 구부러진 뒷집 할매

며칠째 그림자도 보이질 않는다

아침저녁 짖어대던 개소리마저 잠잠하다

까치발로 담장 너머를 살펴도

빈 마당엔 겨울 흙먼지 흩날리고

지난 가을 가지가 째지도록 대봉감 매달았던 감나무 곁

장독간엔 식은 겨울 볕만 가득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대문엔 커다란 쇠자물통 말없이 걸렸다

콩밭 매다 꺾여진 허리로

메주 만들고

묵은 장독 불살라 장맛 살리시던 할매

참숯 구해 곧 돌아오시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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