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이규석
눈을 감아야 보인다는 고향에 와
다시 눈을 감는다
구슬치기하던 마당을 서성여도 반기는 이 없고
마루에 걸터앉지만 탁한 세월만 빠르게 스쳐간다
문틈을 비집고 들어온 햇살이 방안을 살핀다
텅 빈 공간엔 뿌연 먼지 뿐
아무도 없다
뒤틀린 세월을 몰고 온 댓바람만이 고요를 흔든다
서로를 떠나보내고 기다리는 사이
어제 내린 눈도 녹고
그 눈 위에 생긴 발자국 사라지듯
모두가 떠나버린 집은 온통 틈이다
그래도 틈틈이 텃밭을 뒤집어
씨앗을 넣는다
느티나무 초록 그늘 아래서
새도 먹고 옆집 할매도 먹을 날을 기다리며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abcXYZ, 세종대왕,1234
abcXYZ, 세종대왕,1234
Copyright © mulbit.co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