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고르다
전 영 숙
배부른 임부가 배냇저고리를 보여 줍니다
손바닥만 합니다 가슴이 뭉클합니다
오래 전 저 옷보다 작은 몸을 이 세상에
내어 놓았을 때처럼 함부로 만질 수 없습니다
젖이 흘러 앞섶이 노랗게 물들었던 옷
한 생명이 손끝에 매달려 울적에 내 울음도
함께 여몄던 옷이 보입니다
한 벌의 기도 한 벌의 염원으로
서툰 처음을 받아냈던 옷 이상의 옷
애끓었던 지난날이 어제처럼 선명하고
옛날처럼 아득하여 자꾸 웃기만 합니다
말을 고르다 좋은 때란 말을 해 줍니다
다 지나온 때에 대한 말은 그저 후하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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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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