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자 되어
이규석
길고 깊은 봉화의 골짜기
삼백 년 동안 길 없는 길을 홀로 걸으신 분을
찾아 나섰다
골짜기를 거슬러 오르는 바람
계곡 따라 흐르던 물
나뭇잎 사이를 비집은 햇살
모두 일어나
도포와 갓은 벗어두고
내려뜬 눈 접자 발걸음은 휘청거렸다
식탐 색탐 다 내려놓으면 곧게 걸을 수 있을까
꺼지지 않는 욕망의 불씨들
일곱 기도처를 다 돌고서야 보았네
비어있어도 비어있지 않은 산길을
허허로이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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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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