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깜카페
붉은 노을이
산 능선
헐벗은 나무 사이에 걸려있다
백자산을
등에 업은 꼬깜카페에서
긴 산행에
지친 하루를 푼다
잠시
차를 마시는 사이
창밖 풍경이
엄마의 기억처럼
까맣게 사라졌다
뉘신데
홍시를 주냐며
몇 번이나 고개를 주억이던 엄마
친구들과 곶감을 깍고
고두밥 쪄서 술도 담고 부침개도 부친다는
수술 후 열에 들뜬
엄마의 밤 마실
그녀가 찾은 곳은 집도 자식도 아니었다
처마 밑에 말라가는 곶감처럼
함께 비바람을 맞고 큰 동무들이다
오늘 밤
엄마는 어디에 가 있을까
동무들이 있는 은하 어디쯤
작은방 하나
마련한지도 모르겠다
카페를 나오니 멀리
별하나 깜박거린다
긴 여운
마당에 길 고양이 한 마리
애처롭게 웁니다
배가 고픈가
어디 아픈가
유심히 봅니다
노란 털 속 고양이 배가 홀쭉해 보입니다
냉장고를 뒤져
돔배기와 먹다 남은 조기를 꺼냅니다
뼈를 발라 살짝 데워주니
먹지 않고 더 크게 웁니다
고양이의 식성을 몰라 살짝 당황하는 사이
회색 고양이가
아기 고양이를 데리고 나타났습니다
아기 고양이가
코를 박고 먹고 있습니다
그 옆을 지키는 고양이 두 마리
바람이
그들의 털을 살짝 쓰다듬고 지나갑니다
나는
한동안 두 손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나는 입이 없다
솔례댁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그리 지었을꼬
사람들 보기 정말 부끄럽다
노모의 하소연에
바윗덩이 하나 쿵 하고 떨어진다
엉켜버린 말들이 담을 넘는다
백수 시부모 모시느라
아들 집 한 번 못가 본 팔순 노모
지난해 큰아들 잃고
믿었던 둘째 아들마저 먼 길 떠나자
모든 게 당신 탓인 양 고개 떨군다
팔자라는 말
하나님이 필요해서 데려갔다는 말
명이 그기까지라는 말은
여름 핫바지 같은 말이다
그녀가 믿어온 하나님은
무슨 말로 노모를 위로할까
나는 꼬옥 안을 뿐 입이 없다
못생긴 배추
겨울 텃밭에 버려진
배추 한 포기
날이 풀리자
한 무더기 꽃을 피운다
실바람에도 바스러질 듯
납작 엎드려있더니
텃밭 가득 뿌려질 씨를 품었다
소주병 안고
구둘막 지키던 최씨
창 모자 쓰고 아파트 정문 지킨다
그를 일어서게 한 것은
두꺼비로 변한 아내의 손이다
새끼 잘 키워
큰물로 내보낸 두꺼비가
겨울의 등허리를 옹골차게 밀어낸다
못생긴 것들의 세상이 열리고 있다
그 여자
그 여자
허리가 온통 꽃분홍이다
느럭 바위에 앉아
초례봉 사타구니 사이를 넋을 놓고 바라본다
내 볼도 붉게 물든다
아랫도리가 저리 뜨거우니
올해도 다산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