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스 - 김미숙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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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해봅시다


구리스 팔음김미숙

 

 

잠을 자다가 문득 깨어 보니

죽은 듯 멈춰 있는 선풍기

온집안에 매캐한 냄새 진동하고

몸은 열대야 때문에 땀으로 뒤범벅

 

세월의 더께로 뻑뻑해진 전동기

구리스 구해서 넉넉하게 발라주니

새것 만큼이나 잘 돌아가고

고막 찢는 괴상한 소리도 안 난다

 

아이들 키우고 시집살이 하면서

긴 세월 내 마음 속 전동기에도

더께가 쌓여 온몸이 삐거덕 거린다

금방이라도 멈출 것만 같다

 

장마철을 맞아 마음도 습하다

가슴 속 품었던 꿈 이룰 때까지

계속해서 전동기를 돌려줄

구리스가 절박하게 필요하다

 

*구리스끈적끈적한 윤활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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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처럼 과장된 제스처를 쓰는 단어와 문장이 많다 영화처럼 쉽게 와야 하는데 자연스럽지 않게 쓰여 있다 과장된 문장들들은 시에서 필요 없다 마지막 연 '가슴 속 품었던 꿈 이룰 때까지'는 소녀적인 느낌이 든다 폭넓게 삶을 표현하면 좋겠다 이 시의 좋은 점은 선풍기 윤활유에서 몸의 윤활유 정신의 윤활유 삶의 윤활유 인생의 윤활유를 통해 세계를 닮을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착상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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