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집 원고 - 전영숙 > 토론해봅시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토론해봅시다

|
18-10-01 22:51

35집 원고 - 전영숙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아침은 끓어 넘치는데


한 바가지 간장을
쏟은 바닥이다
애간장도 녹으면
저런 빛깔일까
간장이 아니라
울컥
엎지른 가슴 같아
먹먹한 마음

매미가 운다
뜨겁게 운다
주저앉아 매미 소리로
함께 울어 버리고 싶은 아침
맴맴맴맴
마음을 맴이라 했던
할머니가 다가와
등을 어루만진다

울음인지 노래인지
간장인지 애간장인지
알 수 없는
바닥을 닦는다
검은 가슴을 닦는다



무기가 되어

캄캄한 밤
모퉁이 돌아서는데
끈적한 것이 얼굴을 감싼다
거미집이다
나비나 잠자리였다면
저 가벼운 집에 더 가법게
걸렸을텐데
날으는 듯 멈추었을텐데
거미줄에 하얗게 감겨
얼마나 눈부신 염殮 이였을까
남의 집 한 채를 없앤 얼굴이
미안하고 미안한 밤
온 몸이 무기가 되어
툭 털거나 훅 불어버렸던 것이
어둠 속에 스며 있다
가책이 거미줄처럼 달라붙는다
결코 잡힌 적 없는
작고 가벼운 것에 잡혀 가는 길
마음이 자꾸 허방을 딛는다




무쇠 솥


무쇠 솥 하나를 구입했습니다 진열대엔 예쁘고 편리한 솥들이 즐비했지만 구석으로 밀려나 우직하게 앉아 있는 모습에 웬일인지 나도 모르게 덥석 끌어안고 말았습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설움을 끓이고 고통을 뜸들이며 밥은 단순한 밥이 아니라고 일러주던 솥 쉽게 뜨거워지지 않았지만 쉬 식지도 않아 언 몸과 마음을 오래 녹여 주면서 기다림과 한결같음의 의미를 일러 주었지요 무쇠 솥에 밥을 안치니 자작자작 뜸 들이는 소리가 아침을 깨웁니다 뜨겁게 김이 오르는 흰 밥을 수북이 담아 밥상에 올려놓고 솥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검게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제 속의 뜨거움을 미련스럽도록 견디는 무쇠 솥이 끊임없이 흔들리는 일상의 중심을 꽉 눌러 줍니다






그녀와 나란히 앉아 지하를 달렸다
그녀의 수도복처럼 캄캄한 지하
캄캄해서 더 환한 얼굴이 지하철 창에 비쳤다
흔들림 때문이었을까
여러 겹 비치는 모습이 여러 겹 마음 걑았다
지하 철 역마다 켜진 불빛이
끝내 닿아야 할 곳
닿아서 또 떠나야 할 성소처럼 보였다
수도자 옆에 앉아 지하를 달리며
두 손을 고요에 포개 놓았다
서로 옷깃이 닿을 땐 서늘함이 건너왔다
나란히 앉은 옆은 물들기 좋은 자리
등이 꼿꼿해지고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 마음이
더듬더듬 새어 나왔다



심해의 얼굴


푸른 눈동자
흰 이빨
반짝이는 의상

모셔 온 듯
미끈한 자태가
불빛 아래 빛난다

한 점 바람에
떨어지는 꽃잎처럼
한 점 바늘에
입이 꿰인 물고기

배를 가르고
뱃바닥을 긁어내도
눈 한번 깜박하지 않는다

심해의 얼굴이 저럴까
눈과 입이 있는데
표정이 없다

이 무심 앞에
오금이 저린다
벌떡 일어나 한 소식
전할 것 같아
칼을 쥔 손끝이 떨린다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749 노란 감옥 / 전 영 숙 (907회 토론작)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0-26 346
748 황국 2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0-26 346
747 죄송합니다. 저도 ^^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2-11-24 345
746 휴식(休息)/이재영 (890회 토론 시) 1 침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09 345
745 긴 한 줄 / 전 영 숙((903회)토론 작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8-24 344
744 바람의 초대 / 곽미숙 (898회 토론용 시) 1 침묵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6-08 341
743 답변글 샛길에 서서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10-02 340
742 강보를 펴 보다 1 목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7-27 340
741 둥근 속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2-28 340
740 12월 / 전영숙(911회 토론작)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2-28 340
739 아직도 꽃이다 / 정 정 지 1 목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3-28 339
738 답변글 무제를 읽고서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03-21 338
737 에메랄드 호수 1 돌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3-22 338
» 35집 원고 - 전영숙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8-10-01 337
735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5-25 336
734 잘 키우세요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6-08 336
733 그녀의 나비 2 꽃나비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2-28 336
732 황혼을 읽고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02-12 335
731 말 못하는 기도/ 조르바(895회 토론용 시)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4-27 335
730 누구보다 그대를 사랑합니다 1 꽃나비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4-11 332
729 건기의 벌판 / 전 영 숙 (910 회 토론작)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2-14 331
728 어떤 선물 1 해안1215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7-27 330
727 달리아 필때 1 해안1215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2-28 330
726 나의 도장 (물빛 37호 예비 원고) 돌샘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08-02 329
725 물의 뿌리 / 전영숙 (토론용 시)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4-27 329
724 답변글 강촌을 읽고- 김학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04-15 328
723 물빛25집 시 올립니다 추임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8-10-28 328
722 물빛 28집 원고 이경순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1-11-14 328
721 패총(貝塚) 여호수하 2 박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7-13 328
720 38집 원고 7편-남금희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0-17 328
719 교수님의 시집 <어디에도 없다>에 관한 서평 원고 조르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8-10-25 326
718 어찌 할 수 없는 일 1 목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8-10 326
717 34집 원고 -곽미숙 해안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7-10-30 323
716 가을밤 김상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0-17 322
715 흙피리(시) 온소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6-05 322
714 답변글 발췌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4-20 321
713 고향 • 2 미소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1-14 319
712 생활의 상자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2-09 319
711 길을 잃는 날들 (894회 토론용 시)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4-13 317
710 안부 (930회 토론작)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10-11 317
709 멀고도 가까운/ 이규석 1 corner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11-08 317
708 28집 작품입니다 정금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1-11-02 315
707 답변글 조용한 가운데 ^^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5-14 314
706 물빛37집 5, 토정비결 cornerlee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20-10-28 314
705 독서노트/《발칸의 장미를 내게 주었네》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5-16 313
704 답변글 관객의 성원을 바라시나요?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6-08 313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