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주
구십의 엄마는 하루에도 몇 번씩 귀를 씻으셨다
천천히 천천히 세면대 앞에 서신 엄마는
더욱 천천히 그리고 오래 귀를 씻으셨다
말을 했으나 말이 되어 나가지 못했고
맞받아쳤으나 더 크게 돌아와 귀속에 쌓인,
쌓이고 눌렸지만 여전히 각진 말들을
마지막 힘을 다해 씻어내신 것이리라
투명하여 더욱 날카로웠던 말들은
희미해져가는 기억을 놓치 않으려는 안간힘으로
다시 반짝
날을 세웠을 것이고
그때마다 문이 없는 방에서 엄마를 불러냈을 것이다
가신지 일년 오늘
세면대 거울 속
엄마가 나를 보고 계신다 평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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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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