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파를 썰며 ㅡ팔음김미숙
비 오는 날이면
비를 맞고 다니는 나의 벗,
산성비를 맞는 일이
나쁜 것인 줄 모를 리 없다
미친년처럼
비 맞고 다니는 그녀의
얼굴 위로 흐르는 것은
눈물일까, 빗물일까 궁금하다
직장동료가 화장실에서
수도꼭지 틀어 놓고 우는 것을
우연히 보았다
물소리로 위장한
울음소리 참 애처로웠다
산다는 것은 다 그렇게
아픔을 감추며 사는 것일까
나는 울고 싶은 일이 생기면
묵직한 대파 몇 단을 깐다
싹둑싹둑 썰며 매운 향 빌어서
하염없이 속으로만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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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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