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앝에 상추 깻잎 토마토 우엉 가지 고추를 심었습니다
손바닥만 한 땅이 시끌벅적합니다
문득, 어느 해 겨울
온 식구가 부챗살로 누워 자던 때가 생각납니다
묵묵히 부챗살을 만드는 아버지의 손길은 엄중했고
아랫목은 따뜻했습니다
엄마품이 그리운 셋째는
속울음을 삼키다
살얼음 같은 큰언니 옆에서 젖은 낙엽으로 자야 했습니다
지금도 나는 차렸 자세로 잠이 듭니다
맵고 달콤하고 쌉싸름한 그 방
격자무늬 벽지가 정겨운그 방엔
항상 당신이 있습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터앝도 조용합니다
머리를 누르는 토마토의 긴팔에
옆자리 고추는 노랗게 질려있습니다
내년엔 자리를 바꾸어 심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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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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