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사이
때늦은 한파에 꽁꽁 언 제랴륨
윗둥을 잘라내고
못난 자식 챙기 듯
옆에 두고 물을 줬더니
벼랑을 기듯
한잎 두잎 힘겹게 올라와
피처럼 붉은 꽃을 토해낸다
얼핏 잎 사이
오랜 병마를 견뎌낸
그녀가 보인다
덤으로 주는 것은
양잿물도 먹는다는데
다 포기했던 남은 생을 덤으로 받았다며
하늘도 새도
길가의 작은 꽃도
커다란 선물로 다가와
어느새 말은 노래가 되어
이제부터
남을 위한 노래를 부르고 싶다던 그녀가
꽃이 되어 웃는다
절벽의 끝을 걷다
돌아온 이들의 밤이 밝다
달이 하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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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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