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침때기 산은
이규석
장맛비 쏟아진 날
산은 통회의 밤을 보냈다
살려만 주신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노라고
천둥소리에
소나무는 산을 붙들고 울었다
뽑히지 않겠다고
불어난 계곡물에
바위도 산을 붙들고 울었다
구르지 말자고
번갯불 번쩍일 때마다
벌레까지 사랑하지 못한 걸 찾아낸 참나무는
가지마저 떨궈냈는데
다음 날 아침 햇볕 쏟아지자 시침 뚝 딴
산은 해맑게 웃는다
쿡쿡, 똥구멍에 털이 난대도 자꾸만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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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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