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전입
조르바
나 꼬물거리며 눈 뜬 날 알고 보니 여기 와 있었네요 호화 배역은 아니라도 이마에 띠 두른 고시생처럼 열나게 달려온 기억 있어요 내 집 찾아 가는 길엔 낯 붉힐 일도 많아 동그랗게 몸 웅크려 걷다가 고약한 냄새를 풍기기도 했어요 자주 까탈 부린 건 흔해빠진 목숨이 되기 싫어서였겠지요 위장은 유명세 같아서 호흡세와 같이 한꺼번에 지불하면 곧 전출할 날이 올 거예요 자던 잠결에 스르르 꿈결처럼 가야 할 텐데 봉쇄된 국경을 타고 넘는 길은 얼마나 팍팍할까요 빗소리 와글와글 들끓어 살아온 흔적 지우는 그런 창세기를 꿈꾸고 싶어요
아침 일찍 모래언덕을 부지런히 올라가
물구나무서서 가만히 바람 속의 수분을 모으는 나미브사막거저리라는
그 엄지손톱만 한 딱정벌레처럼
내 딱딱한 등짝도 새벽안개 속 오래 기다려 물방울 몇 점 모았어요 얼굴 모르는 당신께 조금 나누고 싶은 건 목숨이 시키는 진심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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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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