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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의 힘

 

전 영 숙

 

한지에 풀을 먹인다

속이 다 비쳐

한없이 풀 죽은 종이

 

훼손하지 않고

살리는 법은

풀을 먹이는 것

 

흰 물풀

배불리 먹여

햇볕 아래 두고

말리면

 

국화 꽃잎과 이파리가 사방 떠다닌다

맞잡고 붙였던 문종이에 그녀가 장식했던 꽃

그 순간만큼은 팽팽하게 펴지던 살림이었다

 

문종이 같았던 시절

유일하게 누렸던

아름다움

 

그날의 기억을 더듬어

한지에 풀을 먹인다

속이 다 비치는 생을

물풀 한 그릇의 힘으로

빳빳하게 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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