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집 원고 > 토론해봅시다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토론해봅시다

|
13-09-26 09:42

29집 원고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 - Up Down 전 체 목 록
꽃가락지

농가와 농가사이 미루나무
두 갈레 길에서 언덕길을 걸었다
나머지 한 길은 아는 길이라
가는 길은 생소하고 낯설었으나
여울물 울고 새 한 마리 날아가고 나니
들길의 정적 나를 압도하였다
길가 풀 섶 꽃송이 꺾어
꽃가락지를 만들었다
어느 소녀에게 줄
그때가 봄이었나
햇살 반짝이는


병과 권태
금세 겨울 어두움이 몰려오고
자리에 누웠으나 두통은 심하다
가벼운 현기증에 손끝마저 파르르 떨린다
이따금 가슴도 몹시 두근거린다
안정제와 진통제를 먹고 나서
상체를 일으켜 벽에 기대어 앉으나
사각의 어두운 창문에는
시린 바람이 별들이 포박되어
칼날 같은 의식을 자극한다
그래 추운 겨울이구먼


貧者一燈

貧者一燈 그대 발밑에다 놓는다
마리아 엔더슨의 노래가 머물다 가면
저녁 강에 바람이 분다
안경 너머 성당 탑이 솟는다
바람소리 멀리서 들리는 날
貧者一燈 그대 발밑에 놓는다
누가 성당 문을 열고 있다
저녁 미사는 끝나고


비밀번호가

현수막 걸린 틈 사이로 열린 하늘은
은행통장 비밀번호가 아른거린다
통장에서 이체된 전화 의료보험 카드사용료
따라서 나는 숫자로 존재하는 인생이 아닌가?
나무 찬합에 담아둘 수 있는 호수라면
호숫가 나무그늘에 앉아
김관식과 천상병 시인을 불러
소주를, 그래 소주나 마시고 싶다
열린 하늘은 납같이 무겁고
발밑에 유월이 무너진다
무학산 놀만 붉다


不眠

밤은 내려와 은밀한 눈을 뜬다
때늦은 십일월은 종일 비를 뿌린다
담장과 철조망, 동흥섬유 소각장 굴뚝이
창문 저 편 외등 뒤로 물러나고
내리는 비는 가슴 앓은 여인처럼 흐느껴 운다
난로 위에서 끓고 있는 커피 냄새가 코끝을 자극한다
낡은 축음기로 황성옛터를 틀어놓고
추사의 세한도를 생각한다
창문을 열고 비의 냄새를 맡는다
축축한 어두움이 먹물로 묻어날 것 같다
달아난 잠은 외등 위로 올라가
외롭게 앉아 있다


세월을 낚는다

江上의 빈 조각배
다 저문 날 물결이 흔든다
불빛 하나 보이지 않는
어둠 속 고독한 시간이 모여와
날짐승 둥지에 깃든 온기를 불러낸다
생의 우여곡절 수차례 거듭하다,
강물이 흔들리는 순간
남루한 생의 한 조각을 건져낸다
돌아보면 지난 세월도 아득해
매화가지 하나로
빈 세월을 낚는다.
TAG •
  • ,
  • 트위터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톡으로 보내기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목록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435 31집 동인지 원고 카타르시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4-09-24 215
434 답변글 ㅎㅎ 착한 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6-11 214
433 31집 원고 보리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4-10-16 214
432 거미5 박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0-12 214
431 꽃이 바람에 물결치는 장면 1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5-23 214
430 부끄럽다 1 하이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9-27 214
429 답변글 이제야 ㅎㅎㅎ 구름바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04-22 213
428 장정일의 <장정일의 공부>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10-01 213
427 이경순 물빛 28집 수정본 카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1-11-16 213
426 30집 원고 한 편 '자리공'입니다.^^꾸벅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3-11-13 212
425 답변글 재미있고, 맛깔진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3-12-01 212
424 33집 원고입니다 서강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6-10-18 212
423 집으로 가는 길 해안1215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10-12 212
422 청려장 / 이규석 3 corner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9-26 212
421 연가 미소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1-14 211
420 틈 / 이규석 2 corner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3-13 211
419 제943회 정기 시토론회/ 봄비/ 조르바 1 조르바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4-25 211
418 답변글 공감 ^^*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0-05 210
417 답변글 이제야 ㅎㅎㅎ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04-22 210
416 빈집(수정)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3-11 210
415 물빛29집 원고 구름바다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2-11-01 210
414 여기가 어디뇨 1 돌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1-08-10 210
413 동백은 동백인 채로 / 전영숙 (937회 토론작) 1 서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1-31 210
412 9월이 지나가네요 보리밥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09-27 209
411 답변글 고향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1-12 209
410 답변글 봄날을 다시 수정 했습니다. 미소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05-18 209
409 30집 원고입니다. 꾸벅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3-11-03 209
408 답변글 음......, 정말 재미없군!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12-26 208
407 답변글 외돌개 착한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8-10-05 208
406 꽃볕 쬐다 1 꽃나비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6-27 208
405 9편을 올리오니 골라 주십시오. 꾸벅 우주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2-11-22 207
404 원고 착한여자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4-08-06 207
403 부부2 ㅡ김미숙 2 팔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2-28 207
402 ★물빛 39집 원고- 팔음 김미숙★ 1 팔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9-29 206
401 거미12 욕망하다 1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11-14 206
400 답변글 원고 이오타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4-08-12 205
399 창을 열면 1 꽃나비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3-05-23 205
398 답변글 어머나!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6-11-23 203
397 엘리스의 나라(소설) 신상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1-20 203
396 꽃은 시간을 본다 1 수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04-12 202
395 물빛 39집 원고 (이규석) cornerlee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022-10-10 202
394 답변글 동심 ^^ 메나리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7-06-01 201
393 답변글 정해영씨의 <할머니의 안부>를 읽고, 하이디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8-08-14 201
392 32집 원고 입니다. 미소년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6-10-18 201
391 문장 김상연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05-11-02 200
390 29집 작품 올립니다. 정해영 메일보내기 이름으로 검색 2012-11-17 200

Designed by sketchbooks.co.kr / sketchbook5 board skin

나눔글꼴 설치 안내


이 PC에는 나눔글꼴이 설치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 사이트를 나눔글꼴로 보기 위해서는
나눔글꼴을 설치해야 합니다.

? 설치 취소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Sketchbook5, 스케치북5

상단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