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직한 그림자
정해영
그림 속
트래머리 곱게 얹은 여인이
실버들 드리운 버드나무 옆
담장에 기대 서 있다
치마에 두른 흰 앞치마의
긴 주름이
저 멀리로 흘러가고 있다
정갈한 흰빛의 길
스쳐간 사랑의 정표인지
무심한 흘림인지
보일 듯 말 듯
뒤로 들고 선 송낙*
촉촉하게 젖어 있을 눈가는
고개를 돌려
보여주지 않는다
한 발을 들고 있는
그 녀의 기다림은
꽤 오래 된 것 같아
무너질 듯 봄의 그늘 깊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
막막한 기다림이
뒤뜰에 나와 있다
옛 그림 속에도
사찰의 종소리 같이
묵직한 그림자 옷 입은
사람이 살고 있다
*송낙 승려가 평상시 납의와 함께 착용하는 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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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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