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속의 잠깐 -12
-감태나무 지팡이
나는 보납산 기슭에서 용을 만난다. 석양에 비늘이 번쩍이지만 강을 바라보는 눈길은 온화하다. 비스듬히 앉아서 “산은 태고를 자랑하고 강은 세월을 밀어내고 있다”¹면서 나를 돌아본다. 나는 번갯불에 타서 검게 휘어진 감태나무 지팡이를 준다. 천천히 일어나더니 용은 허리를 구부려 안개 자욱한 신선봉으로 잦아든다. 웬일인지 목이 메어 눈을 떠보니 산도 강도 사라지고 창가에 감태나무 지팡이만 기대어있다.
¹) 송항룡의 [노자가 부른 노래] 225쪽. 보납산, 신선봉도 같은 쪽에 있다.
(문학과 창작/23/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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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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