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산행
고미현
어두운 밤
공룡능선 오른다
산의 이마가 땀범벅이다
달빛을 머금은
멧돼지가 이따금 괴성을 지른다
랜턴불빛은 빨리 걸을 수 있지만
멀리 볼 수 있는 것은 달빛이다
삶은 속도가 아닌 방향
선사의 법문이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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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더 미안할까
고미현
다 큰 자식 위해 차려주는 따뜻한 밥상
혼자서는 바깥출입도 할 수 없고
가스밸브도 겨우 돌리지만
주방에만 들어서면
다리에 힘이 솟고 콧노래 흥얼거린다
지팡이에 의지해 쌀을 씻고
메주를 만들고
매실보다 더 달콤한 간장을 담근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숨소리에 안도하면서
퇴근하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알면서
틈만 나면 나는 놀러 다닌다
너그들 어릴 때는 돈번다고
뜨신밥 한번 못 해먹이고
어머니는 오늘도 미안해 하신다
*졸시~ 많이 수정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