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자왈, 환상 숲
이규석
모두가 갯가로
뭍으로 떠나가도
나는 중산간에 그대로 남았어
흙이 없는 곶자왈에는
바보들만 모여 산다고 소문이 자자했지
맞아, 살아남느라 혼쭐이 났었지
화산석에라도 뿌리를 붙여
발을 곧추세우고도
바람이 불어야 가끔 하늘을 볼 수 있었어
향기를 뿜어도
가시 손 내밀어도 세상을 만날 수가 없어
수풀로 엉켜 살았지
타도록 목이 말랐어
따듯한 바람 뿜어내는 숨골 곁이라면
이끼로 산들 어떠리
사람들, 길섶에 배배꼬인 갈등나무를 손가락질하며
저리 살면 안 되겠다고 놀려대지만
부탁이야, 그런 사랑 한번이라도 해보렴
우리만 성하게 남은 세상
지금은 환상 숲이야
고요히 살고 싶어, 제발 호들갑은 떨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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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XYZ, 세종대왕,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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