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5 > 토론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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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미5

 

 

잠깐 사이 일어난 일이었다

정원 화분에 쓸

굵은 마사토 한 바가지

그릇에 담아 돌아서 오는 길

 

지나 갈때 없던 거미줄이

얼굴을 가로질러 쳐있다

오분도 안되는 사이에

영토를 장악해 놓은 거미

 

일 없네 하고

거미줄을 끊고 

의기양양 탈출할까 

허약한 척 걸려 있을까

거미는 나를 채포하러 올까

선택의 순간 잠시 고민한다

 

먹거리를 마련하려

잽싸게 

앞길을 가로지른 거미줄 

나는 거미에게 잡혀주었다

웬지 온 몸이 허공에서 흔들린다

 

허공에 몸을 맡기니 

한결 가볍다

거미는 내가 죽기를 기다릴까

잠시 호흡을 끊고 세상을 본다

웬지 나는 곧 죽을 것만 같다

숨이 가빠 오는데 움직일 힘이 없다

 

생각해 본다

병에 걸려 죽으나

차에 치어 죽으나

거미에 먹혀 죽으나

다를게 뭘까 그냥 죽어 줄까

 

그렇지만 살기로 한다

다른 이유보다

부고를 들으면

너므 부끄러울 것 같아서다

얼마나 칠칠맞으면

거미줄에 걸려서 죽나 

정신 차려 어디갔다 왔나

하던 일 화분을 옮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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