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에게 묻는다
나는
누구의 두레박인가
무엇을 위해
길고 긴 몸속
부레처럼 떠있는가
아무런 배경없이
꿈꾸다 지우고
물이끼 넘치는 가슴
꽃밭인 듯 착각하며
동그란 하늘
쏘아보다 지친 날은
대낮에도 맑게 비치는
별 건져 먹는다
어둠 뒷편에
더 환한 세상 있다며
바람은 신고 다니던
나뭇잎 한 장
툭, 떨구고
해마다
첫눈만 받아 삭혀두는
캄캄한 몸 속 어디쯤
숨어있을 눈부심
끝내 긷지 못한 채
누군가
나를 당겼다 던질 때
잠시 보이는 길
그 길 더듬어
움켜쥔 것들
하나씩 버리며 기어오르는
나는
누구의 두레박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