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지가 깜깜하다 폭우가 쏟아진다 시야가 흐리다 와이퍼로 닦아내는 것도 소용이 없다 노상에서 이런 큰 비를 만나는 건 처음이다 1차선으로 오토바이가 와서 선다 오십줄의 후줄근한 남자를 뒤에 탄 아낙이 꼭 끌어안고 있다 폭우 속에 이미 새앙쥐 꼴이다 희뿌연 차창을 손으로 닦으며 내다본다 그들의 얼굴 위로 빗물이 흘러내린다 코끝이 찡해온다 그들을 통하여 삶을 본다 좌회전 신호가 들어온다 부르릉 오토바이가 출발을 한다 아낙은 더욱 꼭 남자 등에 달라붙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