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님, 가을이 깊었는가 했는데 벌써 동장군이 살며시 오네요.
대청봉의 눈소식과 설화가 사람들의 발길과 눈길을
붙잡고 있네요.
착한님, 이쁜 옷으로 꽃단장하면 주위가 더 환히 밝아지리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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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유종인
비가 내린다. 여자는
창가로 천천히 걸어간다. 기울어지듯
모든 것은 다가온다. 빗소리를
먼 박수 소리로 잘못 듣는 여자에겐
추억도 찾아갈 무대와 같은 것일까
아픔을 떠올리는 뿌리, 시간은
불구의 길을 오래 걸었다. 그것은
가장 그럴듯한 복원으로 가는
몇 안 되는 계단이다
그때 여자는 몇 계단을 밟아
가장 빛나는 무대에 섰던 소프라노였는지도
모른다. 가장 절정에서 그녀는
자신의 생을 몰랐다. 빛에 둘러싸였으나
그 빛은 어둠이었다. 자신보다 먼저
관객의 박수 소리가 그의 시간을 소나기처럼 적셨을 따름이다
이제 그녀의 무대는 낡은 수집이 돼버렸다.
손님들은 가끔 풀린 눈빛으로 그녀의 전생까지도 궁금해하지만
그녀는 기억의 틀니조차 제대로 끼울 수 없게
손이 떨려올 때가 있다. 가끔 알 수 없는 슬픔이
그녀의 목청을 울려보지만 그녀는 입을 열지 못한다.
끌어 모을 수 있는 관객은 침묵뿐이다
침묵은 눈길을 안으로 끄는 소리일 뿐
박수를 치는 빗소리들, 환영의 넓은 무대로
그녀는 쓸쓸히 유배될 뿐이다. 그녀는
불구의 끝에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되찾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