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과 몇겁의 인연이 있어야
원당암 참선 공부에 갈 수 있다는
가야산 해인사 선방
돈독한 신심도 없이 이름뿐인 불자,인 내게도
부처님의 은근한 부르심이 있었든지
가야산 해인사 원당암에서 첫째 셋째 일요일에 열리는
밤샘 참선 공부에 참가할 인연이 주어졌다
토요일 오후 4시 30분 성서 홈플러스 앞에서
관광버스는 출발한다고 했지만
토요일도 6시까지 근무해야 하는 내 형평에 맞지 않아서
이번에도 내차로 5시 30분이 넘어서 혼자서 출발했다
첫번짼 인도하는 친구가 있어서 원당암을 바로 찾아 갔는데
두번째인 어제는 우기에 싸인 거대한 바닷길 해인에서
원당암을 혼자서 찾기는 무리였다
도착은 여섯시 30분 쯤이 였는데
장대같은 소나기와 울창한 원시림 때문에
거대한 바다에 도장처럼 숨어있는 원당암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길고 질긴 빗줄기,
유리 감옥에 갇힌듯 버둥대다 겨우 찾아드니 공양은 끝났고
큰스님의 설법이 감로수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신라때 그려졌다는 탱화는 촛불에 신비한 가피를 입은 듯
생명력이 넘쳤고
숨소리조차 묵언 속으로 깊이 가라앉은 법당에는
오로지 자연그대로의 나무기둥을 타고 오르는
금으로 만든 꽃들과
화려하지만 우아한 문양들이 마치
무릉도원에 들어온듯 평온하고 정갈했다
가야산 해인사에서 제일 높은 위치에 있는 원당암은
신라시대 지어진 법보사찰로써
훌륭한 대선사들을 많이 배출했으며
근래에는 평생 장자불와로 득도하신 혜암스님의 사리로 유명하다
혜암스님은 하루 한끼 공양과 이불과 베게가 없을 정도로
죽음을 무릎쓰고 정진했으며
풀리지 않는 생의 화두를 잡고 토굴이나 법당을 가리지 앟고
평생을 청빈과 참선으로 부처님전에 지혜를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들을 위해 설법하고 어떻게 살아야할것인가 를
몸소 수행하시고 가르치시다 열반에 드신 선승으로 유명하다
시간도 있고해서 미소당에 있는 혜암스님 사리친견을 했다
무려 진주알 같은 사리가 60구나 되었다
한 개는 뼈와 붙은 모양이 용이 여의주를 물고 있는것 같았고
어떤 것은 옥으로 만든 물고기가 허공을 마시려는것 같았다
조개 속의 모래가 진주가 된 것처럼 평생
이타행이란 화두를
스님은 뼈 속에 모래알 처럼 끼우셨고
세상의 얼룩을 다잡아다
기도와 참선으로 죄업을 녹여서 사리로 남으셨다
적게 먹어라 벼슬하지말라 남을 도우라
죽도록 공부하라 등등
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미소당 옆에는 혜암 대선사가 자주 올랐다는 조망대가 있다
가야산의 일품 경치가 한 눈에 들어오고 백사가 승천하는 듯
하얀 비구름이 산비슬을 날고 있었다
그리고 열이틀을 밤낮으로 참선하는 보살들,
차가운 빗속에도 원당암 전체가
자신을 찾는 보살들의 기도의 열기로 끓어올랐다
내 속에서 나에게 묻고 명령하는 이, 이뭣꼬?!! 라는
화두를 잡고 참선을 하다가 망상이나 수마에 잡히면
스스로 고개를 숙이고 죽비를 청한다
죽비는 마음과 몸의 때 벗기는 소리 대나무 회소리가
차랑차랑 새벽 한시의 어둠과 무거운 습기를 짲어 놓는다
물받이 하나도 기왓장으로 꽃처럼 만들어놓은 원당암
아직도 적송과 많은 소나무가 울울한 해인사
몇 리를 따라오는 계곡물, 천이백년된 고사목,
최치원의 지팡이가 살아있는 천년의 거대한 전나무,
몸에다 푸른 끈을 달고 해인사를 돌아나오면서
언젠가 우리 물빛동인들에게
꼭 보여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했다